창업 스토리 #3: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 런던 선정 그리고 불참?

해당 post는 글의 특성 상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고 작성되었습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Y Combinator와 더불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의 양대산맥으로 알려진 테크스타즈(Techstars)는 2007년 설립된,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초기 투자사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약 27조원에 이르며, Uber, Sendbrid, Twillo 등 데카콘 기업들이 테크스타즈로 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얼마 전 유니콘 반열에 오른 한국인 창업팀의 Sendbird 역시 2014년 Techstars London 프로그램을 거친 바 있다.

Techstars와 같은 명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고도 성공한 사례는 많기 때문에 이러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스타트업 성공의 절대적인 필수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누릴 수 없는 수 많은 지원과 엄청난 네트워크, 그리고 글로벌 VC들로부터의 스포트라이트 덕분에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동경하는 성공의 ‘지름길’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비즈니스캔버스는 이러한 Techstars 프로그램에 정식으로 최종 오퍼를 받고도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혹시나 향후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Techstars를 지원하면서부터 수 많은 인터뷰를 거치고 선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우리의 결정에 대하여 회고해 보려고 한다.

2020년 9월 말, 창업하자마자 Techstars Anywhere에 지원하다

처음 한 일은 Techstars가 어떤 생리로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당시 Techstars Korea의 이은세 대표님을 소개받아서, 인터넷상에 나와 있던 정보 이상으로 Techstars가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 등에 대해 꼼꼼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각 국가 별로 Techstars 대표님(Manging Director)들의 자율권이 생각보다도 막강하다는 것이었다. 즉, 적극성을 무기로 사전에 해당 국가의 대표님과 충분한 신뢰를 쌓는다면 분명 승산이 높은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에게 시간과 노력은 늘 가장 귀중한 리소스이다. 무조건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극초기여야만 반드시 ROI가 나오는 도전이어야만 했기에, 무조건 열심히 하기 전에 ‘될 수밖에 없는’ 전략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어, 기존에 Techstars 프로그램을 거쳤던 국내의 몇몇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소개받거나 직접 구구절절 이메일을 보내 모두 소개 받을 수 있었고, 꼭 Techstars 내부 인맥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10월 중순 당시에 소개 받은 분이 우리가 선정된 Techstars London의 대표님이었다.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정보와,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최고의 인연을 꼭 만들어봄 직 했다. 당시 20분 정도의 캐주얼한 온라인 미팅을 마치고, 이미 다른 Techstars 프로그램(Techstars Anywhere)에 지원을 해놓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계속 업데이트를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2달 정도 후에, 아이러니하게도 Techstars Anywhere에는 서류에서 탈락하고, 상대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Y Combinator 서류에는 통과를 해버렸다. 당시에 CBT 자체도 런칭하기 전이었기에, Y Combinator는 ‘아직 너무나 초기라서 CBT가 출시하면 꼭 써보게 해달라’라는 정성스러운 장문의 글을 받으며 인터뷰에서 아쉽게 탈락하였다.

2020년 12월, Techstars Tel Aviv로부터 연락을 받아 기사회생하다

9월 말, Seed 투자를 마무리한 우리에게 Techstars는 기업가치나 제품 완성도 등 stage를 고려했을 때,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빨리 지원하고, 빨리 떨어지고, 또다시 빨리 지원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더욱 그럴 것이, Techstars의 멘토를 거친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처음 지원한 곳보다 두 번 이상 지원한 스타트업의 ‘진정성’과 ‘의지’를 높게 평가하여(?) 확률적으로 승산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기왕이면 첫번째에 되는 것이 좋으니, Techstars Anywhere를 지원할 당시, 정말 수 많은 멘토들과 해당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많은 준비를 했으나, 보기 좋게 서류 전형에서 떨어져서 참 난감했다.

이에 낙담하지 않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Techstars London의 대표님께 메일을 보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또 지원할 거라고.;;;

그 메일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Techstars London의 대표님께서 평소의 친분이 있던 Techstars Tel Aviv의 대표님께 우리를 추천해주었고, 떨어진 Application을 보고 Techstars Tel Aviv에서 “우리 프로그램에 지원해보라”며 먼저 연락이 왔다. (런던 대표님께서 추천을 해주셨던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떨어진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런 메일을 받고 이게 무슨 일인지 싶었지만, 우리 팀은 곧바로 잡힌 Techstars 인터뷰 준비에 들어갔다.

이 인터뷰를 시작으로 총 5번의 인터뷰를 본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뷰어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다양하여 아래 인터뷰처럼 새벽 4~5시에 한 적도 많았다.

올 1월 당시 MVP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상황이었고, 국내에서 투자유치 라운드도 열 계획이었기 때문에 Techstars 준비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업무의 시간을 빼앗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밤 시간을 활용하여 준비하기로 하였다. 결과를 떠나, 우리는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정말 커다란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물리적으로 국내에 있고, 국내 투자사들로부터 투자유치를 하고 있었으므로 그간 만들기 어려웠던 영문으로 된 IR 자료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북미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던 우리로서는 나중을 위해서라도 일찍 이러한 자료를 완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둘째, 수 많은 소중한 인연을 그 과정에서 만들 수 있었다. 위 Techstars Tel Aviv에 거의 4차 인터뷰어였던, 기술실사 담당인 프랑스인 요한씨와의 인연이 그랬다. 前 Techstars Munich의 대표기도 했던 Johann씨는 이 인터뷰를 기점으로 2주~한달에 한번씩 온라인 미팅으로 인연을 이어가며 우리에게 정말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있다.

셋째, 팀 전체에게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주며,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Techstars의 여러 인터뷰어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Pre-Seed 투자로 연명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 기로에 놓여있던 우리에게 큰 에너지를 주기 충분했다.

2021년 4월, 예상치 못한 최종 라운드 탈락, 그리고 최종 선정

사실 Techstars Tel Aviv의 대표님께서 여러 인터뷰 라운드 내내 우리에게 굉장히 호의적인 것을 느꼈기에, 기술실사까지 마치고 최종 라운드를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확정이라고 안주하였다.

그러나, 지원 당시에도 on-site이나 hybrid로 기획되었던 Tel Aviv 프로그램이, COVID의 여파로 100% virtual로 확정이 되면서 8시간의 시차를 가진 우리는 결국 최종 라운드에서 탈락하였다. 이러한 사유 역시 나중에 따로 대표님께 들었던 것인데, 정말 많은 새벽을 팀원들과 함께 Techstars 준비와 인터뷰에 쏟았던 나는 솔직히 화가 날 정도로 아쉬웠다.

여기에서 끝을 낼 수 없다고 당연히 생각하고, 꺼진 불씨도 다시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정말 당시 지긋지긋했던 Techstars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을 하였더니, Techstars London 프로그램이 이제 막 지원을 받고 있었다. 돌고 돌아서 London인가. 대표님께 바로 우리의 상황을 설명 드리면서 연락을 드렸고, Call이 잡혔다.

첫 번째 영상이 바로 그 미팅이었다. 6개월 정도를 돌고 돌아 간간히 업데이트를 드렸지만, 우리의 여정을 보시고 대표님은 여러모로 놀라워하셨다. 제품 자체도 Clint 와 Brian 덕분에 완벽하게 설명해 드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러한 팀을 짧은 시간 내 만들었다는 것을 인상 깊어하셨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역량을 보여드리고, 신뢰를 쌓아 왔기에 사실 그다음부터 Techstars London의 진행은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오히려 대표님께서 ‘언제 지원을 할 것이냐’고 재촉을 해서 지원을 하고, 이미 모든 준비는 되어있었기에 이전만큼의 큰 노력 없이 (심지어 나는 인터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최종선정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타이밍 –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가?

이렇게 최종선정이 된 것이 올 5월 초, 막 20억원 후속투자를 클로징하는 시기였다. 그토록 바래왔던 Techstars에, 그것도 유럽 내 최고의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London 프로그램에, 그것도 선정되는 10팀 중에도 사실상 대표님의 총애(?)를 등에 업은 최고의 기대주였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 때 브레이크를 걸 때라고 생각했다.

첫째, 상당한 디밸류에이션으로 많은 지분희석이 불가피했고, 이로 인한 주주들의 피해와 회사 경영구조의 악화였다. Techstars London 프로그램 Application이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리의 후속투자 클로징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클로징이 되었고, 우리의 회사가치도 높아졌을뿐더러 투자사도 많아진 상황이었다. 당시 Techstars는 우리를 어떻게든 프로그램에 태우기 위해 변호사까지 붙여주시며 예외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비롯하여 여러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향후 라운드를 고려하였을 때 지나친 지분희석은 불가하다고 생각하였다.

둘째가 사실 더욱 중요한데, 선택과 집중이다. 이제 막 투자유치를 마무리해서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려야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미국법인 flip 등을 감행하면서 집중을 분산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Techstars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될 경우, 나를 비롯하여 몇몇 팀원들은 상당한 시간을 런던에서 보내야했고, 물론 거기서도 얻을 수 있는게 있겠지만 냉철히 생각했을 때 우리는 현재 제품 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PMF를 찾는 것에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셋째, 기회비용이다. Techstars를 하게 됨으로써 잃는 것은 위처럼 자명했다. 우리의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Techstars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 – 현지의 VC/잠재적 파트너 네트워크 등은 Techstars가 없어도 우리가 충분히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현재의 Techstars 런던 대표님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drop이 되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충분히 연락을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냉철하게 봤을 때 Seed를 벗어난 우리의 단계는 이제 단순한 네트워크만으로 투자를 받는 것은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좋은 제품과 강력한 지표로 보여줘야하는 단계이고, 이러한 준비물이 있다면 굳이 Techstars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충분히 글로벌 VC들을 설득해나갈 자신이 이제는 생겼다.

Thank you, Techstars

어찌 보면 이러한 자신감 자체가 우리가 Techstars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첫 지원부터 장장 7개월가량을, 실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12주)보다도 더 긴 기간을 세 개의 프로그램과 여러 나라의 멘토님들과 인터뷰를 거치며 수많은 피드백을 받으며 준비를 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말 아쉽게도 타이밍의 문제로 Techstars에 공식 합류하지는 못하였지만, 이러한 소중한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처음에는 열정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던 우리를 계속해서 끄집어내주며 희망을 준 Techstars, 그리고 런던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나중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나, 굉장히 어렵겠지 하며 주저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이 있다면 우리처럼 그 ‘도전’과 ‘과정’만으로 충분히 값지다고 생각하니, 꼭 지금 바로 도전해보길 추천 드린다!

김우진 / Chief Executive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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