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협업 툴 추천⎢문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변화

이 글은 Jared Newman의 <Move over, Microsoft Word: The race to reinvent document edit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문서 시장 어떻게 진화했는가?

1983년 MS워드가 출범된 이후, MS워드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에디터가 등장하기까지 자그마치 4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Notion이나 Coda와 같은, 최근 출시된 에디터들은 더 이상 MS워드의 A4용지 규격의 고리타분한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에디터들에서 작업할 때에는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웹서핑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Notion이나 Coda가 만들어낸 새로운 작업 공간에서 사용자들은 ‘페이지’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으며, 하나의 문서 내에서 다양한 subpage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새롭게 생성된 subpage들은 자유롭게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체크박스나 차트, 칸반보드 등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기능들도 쉽게 사용 가능하다.

Notion이나 Coda의 출시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제2의 노션이 되고자 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모여, 문서 작성 툴 시장은 또 하나의 핫한 시장이 되었다. 이러한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자, Google Docs는 interactive한 체크리스트 기능을 추가하였고, 이전보다 문서들을 linking하는 것도 훨씬 쉽도록 서비스를 개선하였다. 또, 문서를 위한 Cloud서비스인 Box는 최근 발표한 업데이트 내역에 따르면 앵커 링크, 언급 기능, 각종 차트 등을 새롭게 선보일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프로젝트 관리 툴인 Monday는 지난 8월 노션과 유사한 자체 문서 에디더 툴을 개발하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새로운 형식의 문서 툴인 Fluid Framework를 작업하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문서 작성하는 이들이 거의 처음 겪는 대규모의 변화일 것이라 생각된다.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익숙하던 툴들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파일 체제의 종말, 새로운 에디터의 탄생

Coda의 CEO, Shishir Mehrotra는 전통적으로 대기업이라고 알려진 Microsoft, Apple, Google이 그간 새로운 문서 에디터를 만드는 데 충분한 공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대신, 그들은 그들의 문서 에디터를 필두로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다양한 web app이 발전하면서, 사용자들은 무언가 색다른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The Verge의 Monica Chin은 요즘의 대학생들이 전통적인 폴더 구조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에 관한 글을 작성한 바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전통적인 폴더 구조로 인한 수직적인 체계가 오히려 낯설다는 것이 글의 요지이다.

반면 Notion과 Coda는 구시대의 유물들과 다르게 논리적인 흐름이 그대로 문서 작성에 투영된다. MS워드 이후 출시되었음에도 MS워드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한 Google Docs와 다르게, 새로운 툴들은 더 이상 이런 구시대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전에 사람들이 본인의 자료들을 클라우드로 이관하던 때와 비슷한 움직임이 문서 작성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Notion의 Elaine Greenberd는 다음과 같이 지금의 대전환을 한 줄로 간략하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경직된 툴들에 얽매이지 않고 싶어 하며 새로운, 효율적인 툴의 사용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Notion과 Coda가 물론 사용자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양한 자료들이 하이퍼링크로 긴밀하게 엮이는 구조를 새롭게 발명해낸 것은 아니다. Notion과 Coda의 핵심 컨셉들의 상당수는 사실 Quip이라는 2013년에 출시되었던 제품으로부터 파생되었다. 당시 모바일 시장에서 Office를 대체할 강력한 툴로 평가받던 Quip은 Twitter와 같은 SNS어플 등에서 유행하던 멘션 기능들을 문서 작성 환경으로 불러온 센세이셔널한 제품이었다. 또 Quip은 사람들이 죽어있다고 느끼는 ‘페이지’라는 작업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체크리스트’ 개념을 처음 도입하기도 하였다. Quip의 공동창업자 Bret Taylor는 당시 Quip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성은 죽어있는 객체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문서 작업물들을 자유롭게 문서 작성과 공유가 가능한 온라인 허브로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Quip의 공동창업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은, Quip이 유행을 지나치게 앞섰다는 것이다. 당시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문서 작업에 거부감을 보였고, 결국 Quip은 2016년  Salesforce에 의해 $750million (원화 8,000억) 에 매각되었다. Coda가 최근 1.5조, 또 노션이 무려 10조 정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헐값이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처럼 문서 작성의 본질은 수직적인 폴더 체계에서 자료를 관리하는 것에 있지 않다. 상호연결된 여러 문서 작업들을 자유롭게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이다.

문서 시장 전쟁의 서막

물론 팬데믹도 이런 새로운 문서 툴들이 보급화되는 데 핵심적인 가속제 역할을 하였다. 많은 기업들의 업무 환경이 리모트로 전환됨에 따라, 그들이 일하는 방식도 변하였고, 새로운 툴들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대두되었다.

Box의 CEO, Aaron Levie는 화상 회의의 예시를 든다.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대면으로 모든 미팅을 진행하였고, 주로 한 명의 정해진 서기가 미팅 내용을 정리하여 이메일로 내용을 공유하였다. 이제 사람들은 대면으로 미팅을 진행하든, 화상으로 미팅을 진행하든 항상 컴퓨터를 끼고서 회의를 진행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한 문서에서 협업이 가능하며, 미팅 이후에도 별도 공유 없이 각자 그 문서를 참고하여 follow up을 진행한다.

새로운 에디터 툴들은 실시간 협업은 물론, 사후에 문서를 확인하는 과정도 상당히 단축시켜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업무 패턴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Notion과 Coda와 같은 올인원(all-in-one) 문서 작성 툴들은 이런 업무에 최적화된 도구이다. 많은 기업들이 최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Notion과 Coda를 도입하는 이유이다. 구글은 이러한 올인원 트렌드에 맞춰 product planner를 구글 독스 내에 도입하려고 하고 있기도 하며, 또 반면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Monday는 이와 반대로 자체 에디터를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이 유행의 뒤처지지 않아야함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향후 50년간 문서 에디터 툴은 어때야 함을 정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업무 플로우가 어때야 함을 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모든 툴들은 이제 작업의 중심이 되는 문서 툴에 결국 종속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물론 사용자들에게는 당장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향후 어떤 툴을 기점으로 여러 툴들이 모이게 될까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모두가 필요로 하는 “문서 작성 툴”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Notion 스타일의 문서 작성이 문서 작성법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감에 따라, 다른 기업들은 또 다른 표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색다른 측면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Cloud서비스인 Box의 경우에는 data governance쪽에 특화하여, Google은 Workspace 전체와의 seamless한 연동성을 강조할 수 있다.

한편 Notion과 Coda는 사용자들이 다양한 템플릿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Coda는 사용자들이 템플릿을 공식적으로 유료로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몰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노션의 경우에도 아직 공식적인 온라인 몰은 없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Gumroad 같은 페이지에서 유용한 템플릿을 거래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의 흐름들이 결국 거대한 태풍을 몰아와 지난 몇십 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MS워드 시대의 종말을 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새로운 방식의, 자유로운 문서 작성 툴들을  처음 접한 이들이  “원래 문서 작성은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변화는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다.


문서 편집 환경 혁신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