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라면 제품을 철학 위에 태워라

철학의 힘

우리에게는 포스트잇을 만드는 회사로 잘 알려진, “젊은 100년 기업” 3M의 잉게 툴린 회장 겸 CEO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게 전부다.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성공여부보다는 끊임없이 혁신을 생각해내는 3M의 철학은 여러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3M의 15%룰은 모든 직원이 근무시간의 15%를 본인이 맡은 업무 외의 분야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회사의 전략과 맞지 않는 연구일지라도, 9만명이 넘는 전사 직원들은 본인이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언제든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또 기존 사업부의 사업 계획에는 없더라도 장래성이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라고 판단될 경우, 개발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부여하는 제네시스 제도도 존재합니다.

이렇듯 3M이 외면 받은 아이디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실패로부터 성공의 기회를 수없이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1968년 사무용 테이프 사업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접착제 개발에 실패하면서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오늘날 3M을 대표하는 ‘포스트잇’입니다. 3M의 전체 매출 중 3분의 1 이상은 매번 최근 5년 내 출시된 제품이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빠른 혁신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여, 3M은 오랜 역사를 가졌음에도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달 후의 미래도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중심점이 되는 ‘철학’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일관성과 차별성의 측면에서 ‘철학이 가지는 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1. 철학은 일관성을 부여한다

철학은 기업을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닙니다. 철학을 달리 표현하자면, ‘생각과 행동의 기준점’ 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철학이 존재하는 기업은 이전의 입장을 번복하는 실수를 줄이고 일관된 행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매번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에 분명한 철학이 존재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그 일관된 기준에 맞춰 행동할 수 있다면, 기업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내릴지는 못할지라도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비전이나 핵심가치를 규정해놓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전혀 다른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면 진정으로 그 기업에 철학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일관된 문화나 핵심 가치를 상당 기간 실천하고 있는 기업만이 철학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일관성을 갖추기란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의 철학은 일관성의 바탕입니다

따라서 기업에 중심이 될 수 있을 만한 좋은 철학은 일관된 논리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초기에 느꼈던 문제 의식, 현재 집중해야 할 미션, 그리고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비전을 일관된 논리로 꿰뚫을 수 있는 철학이 존재한다면, 또 그 철학의 중요성을 구성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 비로소 기업은 ‘일관성’ 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게 됩니다.

2. 철학, 차별성을 부여하다

진정한 차별화 전략은 시장과 경쟁자 분석이 아닌 철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있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독특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확보하다고 있다고 알려진 할리데이비슨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독특하게도 프로모션 비용의 3/4을 잠재 고객이 아닌 기존 고객들에게 투자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이 기존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관련 액세서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모터사이클을 통해서 고객의 꿈을 실현시켜주자 ”라는 할리데이비슨의 철학 때문입니다.

철학은 진정성이 됩니다

이윤 극대화만을 고려한 시장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기존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마케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웠겠지만, 결과적으로 진정성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할리데이비슨의 차별화된 마케팅은 입소문을 타고 잠재 고객들에게까지 알려져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력한 광고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처럼 기업 고유의 차별화된 전략들은 대부분 기업 내 철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철학을 지니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대단한 자산이며, 철학에서 비롯된 다양한 전략은 그 기업에 남다른 개성과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 Typed에서 철학을 전달하다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철학이 없다면,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어내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그 기업의 철학입니다. 독창적인 철학을 만들어 이를 기준점으로 삼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어쩌면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렇다면 Typed가 전달해야 할 철학은 무엇일까요? Team Typed에 합류한 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제가 경험했던 어떤 단체보다도 폭발적인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추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부서 간의 경계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큰 몫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지표 스터디부터 제품의 QA 시간까지, 인턴인 저를 포함한 모든 팀원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에서 One-Team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Action Plan은 가능한 한 짧게 설정함으로써,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불확실했던 최초의 계획을 점차 정교화해 나가는 업무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유니콘으로 성장할 거야”, “우리는 워드를 대체할 거야”, “우리는 몇억 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될 거야”라는 거창한 비전도 이 팀과 함께라면 결코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의 철학은 문제 상황에서 생겨난다

점차 디지털 작업이 일반화되는 시대에서, 분산되는 리소스 자료와 혼재된 사용 툴이 불러오는 혼란은 문서 작성 및 자료 관리에 적절치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Typed의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제품의 윤곽이 잡힌 지금, Typed는 고유의 Split Viewer 기능, Web Clipper 기능, 강력한 Library 기능 등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글쓰기라는 활동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똑똑한 지식관리 툴’로 성장하였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Typed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멉니다. 글로벌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명확한 페르소나의 설정과 그에 맞춘 SEO 전략과 브랜딩 전략 등이 갖춰줘야 할 것입니다. 또 오픈 베타 서비스의 출시를 앞둔 지금으로서는, 사소한 버그 사항의 개선부터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까지 지속적인 개발 스프린트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서 작성과 지식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인류의 지식 생산성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여야 할 것입니다.

문서 혁신이라는 순수한 철학의 전파

일차적으로 타입드가 innovators 군집의 고객들을 타겟팅하고 있더라도, 더 많은 대중에게 저희의 제품이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 제품이 자료 관리와 문서 작성을 편리하게 하여 인류의 지식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또 왜 이 제품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근간이 되는 철학을 잊지 않고서 그에 맞게끔 모든 전략과 목표들이 설정되었으면 합니다.

속도전이 강조되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Typed 역시 지금처럼 전 세계인의 문서 업무를 혁신해보자는 다짐을 잊지 않고, 인류의 지식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Youngseo / 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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