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삼국지 : MS vs Google vs Salesforce (1)

2020년을 돌아보며

해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어왔지만 2020년은 다른 때보다도 유달리 다사다난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재작년 말 그 존재가 처음 확인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전례 없는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사태를 촉발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바꿔 놓았습니다. 각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써 강조되었고, 사람들이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대미문의 혼란 속에서도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고 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팀/프로젝트 협업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0 Collaborative Software Market Trends

시장 조사 업체 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협업 툴 시장의 규모는 12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가속화된 기업 업무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협업 툴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 간에는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12월 초, Salesforce가 277억 달러(한화 약 30조 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Slack을 인수한 사건입니다.

Salesforce + Slack

Slack은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협업 툴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입니다. 2014년 1천만 달러에서 시작한 매출액은 올해 6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7년 만에 50배가 넘게 성장했습니다. 유저 풀 측면에서도 1200만 명에 달하는 Daily Active User(DAU)와 75만 개의 조직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협업 툴 시장의 main player 중 하나입니다.

반면 Salesforce는 업력 22년에 달하는 Saas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입니다. 주력 제품인 CRM(고객관계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Salesforce의 입지는 독보적입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다른 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놓으면서 SAP, Oracle, Microsoft 등의 경쟁자들을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Salesforce는 2020년 170억 달러(한화 약 18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9%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에 앞서 해당 연도 2분기에는 5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5조 8천억 원)라는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왜 Salesforce는 엄청난 액수를 들여 Slack을 인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주력 사업 분야도 아닌 협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는 걸까요?

군웅할거의 시대, Saas 삼국지

기업의 경영전략은 시장 환경이라는 외부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Salesforce의 Slack 인수전의 저변에 깔린 동기와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Salesforce라는 기업이 처한 상황과 경쟁 기업들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본 article에서는 Saas 산업에서 Salesforce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쟁하며 해당 기업의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major market player로 Microsoft, Google을 설정하고, 그러한 가정을 기반으로 개별 기업들의 전략과 그들이 시장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려고 합니다.

Microsoft

이번 market trend review에서 첫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Microsoft입니다. Microsoft는 올 한 해에만 140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초대형 IT 기업입니다. 지난 몇 년 간 Google, Amazon 등의 경쟁 업체들이 반(反)독점 이슈 등의 악재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었던 반면, Microsoft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왔습니다. 2020년 3분기에는 서버와 클라우드 제품군에서의 선전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2.5%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시장으로부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Satya Nadella 현 Microsoft CEO가 막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MS는 주력 사업 분야였던 Personal Computing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내외부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전 최고 경영자 Steven Ballmer가 Nokia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Mobile device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으나 큰 손실을 입었고, OS에서도 iOS와 Android에 밀려 B2C 전략에서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Nadella는 MS가 비교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Enterprise Software 시장에 집중하기로 하고, 그간 많은 자원을 투자해온 Window Server, MS SQL 등의 Enterprise Solution을 중심으로 자사의 주력 제품들을 급속히 Cloud 기반으로 재편했습니다. 그 결과 Microsoft의 사업 모델은 다음과 같은 현재의 수익 구조로 재편되었습니다.

Microsoft’s Business Structure

MS는 자사의 revenue structure를 아래의 세 가지의 범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Productivity & Business Processes : Office 365, Skype, LikedIn, ERP & CRM, Dynamic 365
  • Intelligent Cloud : Azure, Visual Studio, Windows Server
  • Personal Computing : Windows, Xbox, Surface, Bing

이들 중 현 시점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Cloud와 P&BP입니다. Major product line을 기준으로 따져 보았을 때 Windows는 이미 office와 cloud server 제품군에 비해 매출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 사업 부문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4년 사업 모델을 재편한 이후 Personal Computing 부문이 상대적으로 정체를 보이고 있는 동안 나머지 두 부문은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지난 3분기에는 처음으로 두 부문 모두가 Personal Computing의 매출 기여도를 앞지르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수익 구조의 변화는 1) Microsoft의 주력 사업이 B2C에서 B2B 분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해당 부문이 상당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2) Cloud와 P&BP 중심의 성장 전략과 광범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Investments and Acquisition

Microsoft는 이미 Enterprise solution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에도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MS는 지난 3년 간 15개에 이르는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으며, Microsoft의 Venture Fund 역할을 하고 있는 M12 역시 최근 video conference application인 Voodle과 cloud security solution 업체 Hunters Cyber에 대한 Series A 투자를 잇달아 진행하는 등 전사 차원에서의 전략에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향은 최근 몇 년 간 활발하게 이루어진 기업 인수 내역에서도 확인됩니다. 2015년을 정점으로 MS는 매년 일정 비중 이상 Enterprise Software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해 왔습니다. 개별 인수 대상 기업들의 주력 서비스들은 data analysis에서 marketing solution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습니다.

최근에 이루어진 인수합병 계약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은 file migration solution 업체인 Mover와 video analysis tech 기업 Orions Systems에 관한 건입니다.

1. Mover

Mover는 사용자들이 Google Drive나 Dropbox 등의 다른 cloud service 환경으로부터 Microsoft의 OneDrive나 SharePoint로 기존의 데이터를 migration 하는 것을 돕는 solution을 제공합니다. 해당 기술에는 Office 365, Microsoft Teams 등의 collaborative application에 대한 지원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Microsoft는 Cloud 중심 전략에 따라 자사의 기존 제품들을 Cloud Based Product로 전환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습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Cloud 환경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의 기업들은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Iaas 시장에서 AWS의 뒤를 잇는 main player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 Microsoft이지만 이러한 기존의 고객사들을 Cloud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경쟁력 강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들이 Cloud 환경으로 이행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입니다. 개별 기업의 hardware 환경에 Enterprise Software를 직접 설치하는 on-premise 방식에 익숙해진 기업들의 입장에서 Cloud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동안 축적해온 data와 legacy system을 모두 cloud server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작업들에 수반되는 복잡성과 불편함은 사용자들이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변화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Mover 인수 건은 Microsoft가 해당 이슈에 대해 명확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Cloud와 P&BP 부문을 아우르는 cross border strategy의 단면을 드러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Orions Systems

Orions Systems는 AI에 기반한 video anaysis를 통해 in-store operation에 대한 solution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Microsoft에 인수되었습니다. MS는 특히 자사의 Microsoft Dynamics Connected Store에 해당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개별 고객들의 상황에 맞게 customizing 된 solution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Orions Systems의 인수 건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AI 역량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Enterprise Software와 Cloud Infrastructure, Operating System 이외에도 MS는 차세대 Saas 시장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AI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수 계약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Orions Systems와의 결합이 비단 Microsoft Dynamics라는 단일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 Cloud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을 Microsoft 스스로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Microsoft Dynamics 365의 vice president Muhammad Alam은 Microsoft Power Platform이 AI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이번 인수 합병의 의의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Product Strategy

1. Bundling

Microsoft는 Saas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MS의 진정한 경쟁력은 비단 점유율에서 뿐만 아니라, 성장세 면에서도 경쟁자들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Product Strategy 차원에서 Microsoft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시장에서의 높은 평판과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두터운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구사하는 bundling 전략입니다.

그러한 MS 전략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예시가 지난 7월 Slack이 EU에 제기한 반(反) 독점법 위반 소송입니다. Slack은 Microsoft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자사의 collaborative application인 Teams를 다른 Office software에 ‘묶어 버리는(tied)’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Teams의 사용을 강요했다고 소를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Microsoft는 이미 20년 전에도 Internet Explorer를 Windows OS에 끼워 넣는 비슷한 전략을 사용해 논란에 휩싸인 전적이 있습니다. 당시 IE는 Windows OS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때 Internet Browser 시장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했습니다. 비록 시장에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번에도 그런 Microsoft의 방식은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입니다.

Slack이 상대적으로 정체기를 보내는 동안 Teams는 급속도로 이용자층을 확대하며 collaborative application market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COVID-19 사태를 맞아 전 세계에서 collaborative software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Teams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DAU를 거의 네 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Slack은 성장률을 반등 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시장으로부터 외부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 Integration

Microsoft의 Product Strategy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은 application 간의 높은 통합성(Highly Integrated)입니다. Bundling 전략이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사용자 층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렛대라면, Integration은 고객들이 기존의 제품 사용 환경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울타리와도 같습니다.

Microsoft는 기본적으로 business workflow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solution을 제공하는 end-to-end 방식으로 product line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단계마다 따로 application을 도입하기 보다는 하나의 vendor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유지 보수 및 관리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특히 기업 고객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혼동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Enterprise software끼리의 호환성을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어느 단계에서든 MS의 제품을 하나라도 사용하고 있다면 연관된 다른 범주의 제품을 구매할 유인이 생기는 셈입니다.

Microsoft 역시 그런 고객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MS는 자사의 서비스 뿐만 아니라 Google Analytics, MailCHimp 등의 third-party application에 대해서도 자체 Saas 플랫폼인 Microsoft Power Platform으로의 integration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MS의 Enterprise Software 생태계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More Macroscopic

앞에서 여러 번 언급된 것처럼 Microsoft의 Saas 전략은 Public Cloud 시장이라는 보다 큰 범주에서의 계획과 Iaas-Paas-Saas로 이어지는 연관된 다른 사업 부문과의 관계 속에서 성립되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MS가 가지는 전략적 이점 역시 그와 같은 market position에서 유래합니다.

Cloud 시장에서 MS 만큼의 자체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이는 기본적인 인프라부터 개별 application에 이르기까지 Cloud 환경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서 Microsoft가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MS 역시 그런 자신들의 강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MS가 Slack과의 법정 다툼을 감수하면서도 Teams를 내세워 collaborative software 시장에 뛰어들고, bundling과 integration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 또한 모두 고객들이 Microsoft가 구축한 생태계 내에 머무르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그런 Microsoft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Microsoft는 최근 몇 년 동안 Iaas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왔습니다. 또한 최근 시장 연구 기관인 SPR이 800명의 IT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72%의 응답자들이 Microsoft Azure에 ‘매우 만족 한다’라고 답하며 1위에 랭크된 것은 MS가 고객들의 수요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족 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추정을 뒷받침해 주는 결과 중 하나 입니다.

한편 경쟁자들에게 이런 MS의 성공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각 부문 간의 연계를 통해 자사의 여러 제품군을 넘나드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Microsoft와 달리 다른 기업들은 자사의 product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쟁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부에서는 Saas 시장에서 Google이 처해있는 상황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Google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Yeoleum / Business Strategy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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