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발상 트렌드 작가들을 만나다

“왜 우리는 트렌드에 휩쓸려만 갈까, 거기에 돌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트렌드에 아예 휩쓸리지 마!’ 이건 아니고, 트렌드를 따라가더라도 좀 비판적으로 보자는 거죠”

“저희가 생각하는 역발상 또한 틀릴 수도 있다고 가정을 하고 있어요.”

여기, 당연함에 의문을 던지며
트렌드에 대한 건전한 토론의 장을 열고자 하는 이슈 메이커들이 있습니다.

<역발상 트렌드 2023>의 작가 대연님, 병운님, 휘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연: 스타트업씬과 실리콘밸리 외국계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어요. 생산성 도구를 너무 좋아해서 에버노트, 플로우, mmhmm같은 회사를 거쳐  최근에는 콜라비라는 협업툴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또 요즘 주목받는 AI 솔루션을 만드는 올거나이즈같은 회사에서도 일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 씬에 오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크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에요. 

휘관: 저는 다른 두 분에 비해 다소 인간스럽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요. (웃음) 정부 기관, 지자체 같은 곳에서 공적인 일을 해 왔고, 자살하는 사람들을 막는 캠페인 등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교수님들과 함께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문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병운: 저는 주로 대기업 씬에 있었고, 소비자 리서치와 광고 마케팅에 관련된 분야에서 15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소비자 트렌드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보편적인 방식이나 보편적인 전략은 너무 평범하고 기회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는데, 한 10년 이상 경력을 쌓다 보니까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지 눈에 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서강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디지털광고와 스타트업 관련된 과목을 맡고 있습니다. 

세 분의 소개를 듣고 나니, 왜 함께 모여 책을 쓰게 되셨는지 알 것 같네요.

스타트업씬과 IT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고 계신 대연님, 
공공과 정책, 헬스 분야 전문가인 휘관님, 
소비자 지향적이며 비즈니스 시각을 가진 병운님까지!

스포츠팀처럼 밸런스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역발상 트렌드>의 작가님들과 함께한 타입드 사무실의 아침은 평소보다 더 활기찼다.

2. 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그동안 수많은 트렌드 도서가 있었지만, <역발상 트렌드>는 기존의 도서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출간 시기도 일반적인 트렌드 도서는 보통 연말에 출시하는데, 이 책은 해를 넘긴 뒤에 나온다는 점도 그렇고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휘관: 기존의 트렌드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리서치해보았더니, 다른 한 면이 또 존재하더라고요. 저자분들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이 트렌드가 경쟁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그 트렌드를 계속 찾아볼 수밖에 없는데, 알고보면 본인이 생각하는 지점과는 다를 수도 있고, 오히려 우리의 창의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발견한 새로운 이면을 책을 통해 더 업그레이드 해나갔죠.

대연: 저희가 생각하는 역발상 또한 틀릴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어요. 트렌드에 아예 휩쓸리지 마시라기보다는, 트렌드를 보더라도 비판적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왜 우리는 항상 트렌드에 휩쓸려만 갈까?’ 새로운 시각의 작은 돌을 던져보자는 거죠. 우리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하나를 던졌으니 독자들도 같이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누군가 <역발상 트렌드>를 보고 <역발상 트렌드의 역발상>처럼 꼬리를 물며 새로운 의문을 던질 수도 있겠는데요!

대연: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이미 성공한 거죠.(웃음)

병운: 방금 말씀하신 거에 답이 있는데, 트렌드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좀 강했어요. 예를 들어서 캠핑이 트렌드라는 얘기가 막 나오고 있는데, 막상 제 주변을 보면 캠핑을 다니는 사람이 열에 둘, 셋도 안 되는 거예요. 실은 캠핑을 안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자꾸 책이나 언론에서 캠핑이 트렌드라고 얘기하니까 방금 휘관님이 얘기한 것처럼 캠핑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캠핑을 안 가면 내 가족이나 연인에게 죄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냥 내 집에서 편안하게 ‘집콕’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방구석에서 영화를 보며 가족끼리 좀 편안하게 즐기는 그런 트렌드도 사실 존재할 수 있고요. 대연님이 얘기한 것처럼 실은 양쪽 다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런 수면 아래에 있는 걸 끄집어내고 실은 양면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공론화해 건전한 토론에 대한 이슈를 던지고자 했던 의도가 컸어요. 실제 리뷰를 보면 저희의 의도에 동조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맞아요. 실제로 어떤 트렌드는 마켓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크게 얘기하고 다니며 FOMO(Fear Of Missing Out)를 형성하며 만들어지는데, 근데 또 그게 정답은 아니잖아요. 

병운: 이번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와요. ‘있는 트렌드’와 ‘만들어진 트렌드’를 우리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화두도 좀 던지고 있습니다. 

휘관: 위에도 얘기했듯이 건전한 토론을 발견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3. 책을 집필하며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으신가요?

병운: 트렌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책 마지막에 트렌드 책은 건강보조식품과 같다고 썼는데요. 사람의 정신과 마음, 지적 취향 등이 트렌드 책을 통해 건강해지고 채워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트렌드 책 시장 자체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그걸 안 읽으면 내가 뒤처지는 것 같고 지적으로 부족한 것 같은 두려움도 있고, 또 회사들에서도 굉장히 맹신하듯이 사서 봐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뭐냐면, 그 책을 읽으면 나는 트렌드를 다 알았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난 건강 보조식품을 먹었을 뿐인데, 주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보조식품만 먹고 내가 건강해졌다고 믿는 거예요. 

그 대신에 그런 트렌드 책이 좀 더 영양가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자기만의 주관을 갖고, 자기만의 경험, 자기 분야에 대해서 디깅(digging)하는 게 필요해요.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트렌드 책을 읽고 간편식을 섭취하듯이 그냥 빨리 훑고 넘어가려는 니즈가 좀 있잖아요. 자기 분야에서 디깅을 하고 트렌드 책을 읽으면 이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 과정없이 유튜브 숏츠 보듯이 빠르게 넘기고, ‘내가 지식을 습득했어!’, ‘난 트렌드를 잘 알아!’ 이렇게 얘기하는 건 금기시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건강보조식품’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렇다면 ‘주식’은 어떤 걸 먹어야 할까요?

병운: 가장 큰 건 경험과 체험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우리 이번에 트렌드 책에도 인공지능 얘기 진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인공지능에 대한 아티클이 읽는 거 말고 진짜 그 인공지능을 써보는 거예요. 저는 감각을 채우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에 잘 정리한 아티클을 읽으면 도움이 되는 거죠. 남이 먼저 정리해놓은 거를 먼저 받아들이고 그게 다라고 느끼고 경험하지 않으면 그냥 그 사람에게 호도되기 쉬워요.

결국 뭐가 됐든간에 스스로 주관을 갖고 받아들여야 된다는 게 중요하네요!

대연: 저 같은 경우에는 항상 트렌드의 본질과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에 글을 쓰면서 토론을 많이 했거든요. 그때 했던 얘기 중에 하나가 ‘억까(억지로 까 내리기)’는 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바로 까지 않기 위한 저의 방법은 뭐였냐면,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이었어요. 트렌드가 생긴다는 건, 아예 동조하지 않으면 또 생기지는 않잖아요. ‘왜 사람들은 이 시기에 이 트렌드에 동조할까?’ 이런 생각들을 사실 책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책을 쓰면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휘관: 저희가 이 프로젝트로 처음 모였을 때 얄개가 돼보자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맞다고 다들 얘기하니까 짜증이 났던 거예요.(웃음) 그래서 우리가 뭔가 얄개가 돼서 한번 비틀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거죠. 

4.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염두에 두시고 쓰셨나요?

병운현업에서 한 3~5년 차 정도 실무를 하고 계시는 분들 읽으시면 좋겠어요. 초반 1~2년 차나 3년 차 미만은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떤 인사이트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바쁘거든요. 근데 3~5년 차 정도 되면 전문성이나 주관 등을 키워가면서 이 회사에서 어떤 롤을 할 수 있을지, 내가 앞으로 어떤 걸 만들어 갈까 고민하는 시기잖아요. 그때 이런 관점의 전환이 더해지면 어떤 사안과 기획을 맡아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대연: 조금 더 일찍부터 비판적 사고는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대학생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사실 기존의 트렌드 책보다는 잘 안 넘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기존의 트렌드 책은 이런 게 있구나 하고 고개 끄덕이며 넘어가면 그만인데, 이 책은 한 챕터, 한 챕터마다 생각이 좀 많아질 것 같거든요.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내가 관심 있는 꼭지마다 토론 주제로 정해보는 거예요. 이 주제에 대해서 이 트렌드가 맞냐, 틀리냐, 서로 얘기도 해보면서요. 저희도 사실 그렇게 토론하면서 책을 썼거든요. 또 각자 전공과 과가 다르잖아요. 자기 전문 분야와 관련된 부분들로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휘관정책 입안자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정책이 기술을 못 따라간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고 트렌드가 있는데, 정책 입안자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그냥 그게 맞나보다 생각하고 국가 예산을 수립하거나 각종 사업을 육성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정확한 이해도가 없다 보니까 결국 사업이 약간씩 이탈을 하게 되는 상황들이 펼쳐지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정책 입안자들이나 관여도가 높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트렌드에 대한 하나의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병운: 이전 시리즈였던 <코로나 시대 역발상 트렌드> 책이 국립중앙도서관의 추천 도서가 됐었어요. 그리고 이어서 인사혁신처의 추천 도서가 됐어요. 그런데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정부 기관에서 트렌드 책이 추천 도서가 되는 거 자체가 되게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정책 입안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슈들, 또는 이런 트렌드를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좋을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어서 그런 공공기관 부서나 정부 부처의 추천 도서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역발상 트렌드 2023>를 집필하신 세 분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 책에는 특별한 비하인드가 하나 더 숨어 있는데요.
바로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Typed가 사용되었다는 점이에요.

인터뷰 2편에서는 실제로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는 어떻게 협업이 이뤄지는지, 또 그 과정에서 Typed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Yeokyung / Marketer